공황장애를 겪으면서 계속 나를 괴롭히던 질문이 있었다. 왜 나한테 이런일이 생겼을까? 나는 왜 공황이 왔고 공황 장애가 생겼을까? 였다.
이탈리아 신혼여행 막바지에 처음 고속버스에서 공황을 겪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만난 심한 터뷸런스를 겪고 한국에 돌아와보니 버스도, 지하철도, 엘리베이터도 쉽게 타기가 힘들었다. 공황장애가 생겼다.
하지만 내가 고되고 힘든 여행을 안해본 것도 아니었고, 비행기를 타며 극심한 흔들림을 겪어보지 않은것도 아니었다. 다 예전에 겪어봤던 일들이었고. 더 심한 힘든 여정들도 잘 견뎠었다.
단순히 몸이 지치고 힘든걸로 공황장애가 온 것은 아니었다. 심리적인 요인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두가지가 합쳐지니 더이상 스스로 견딜수가 없었나보다.
가혹했던 것 같다. 자신에게.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묻지도 않고 이리저리 휩쓸려 다녔다.
어릴때부터 좋아서 시작했던 그림을 그만두고, 미술심리치료 대학원에 들어갔다. 그저 좋아서 시작했던 그림이지만 그걸로 내가 사회를 살아가기엔 나는 그 무엇하나 뛰어나지 못했다. 옛날부터 관심있던 심리분야라 예전에 배운것과 접목해서 잘 해나가고 싶었다.
대학원을 1년가량 다니다 결혼을 하고 여행뒤에 공황장애가 생겼다. 그 무렵의 나는 그림을 그만두게되서 많이 힘들었다. 새로운것을 배우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마음이 텅 비어버린 것 같았다. 대학원 생활도 유난히 감정적으로 예민하고, 사례에 몰입이 쉽게되다보니 마음이 계속 힘들었다. 오전에 치료실습을 하고 온 날이면 실습했던것을 복기하며 자책하고, 잘못한 것들만 골라 하루종일 생각했다.
그렇게 지내다가 학기 일정을 마무리 지으면서 결혼 준비, 신혼여행 준비. 결혼 후 남편과의 불화. 연애때는 보지 못했던 모습들을 보며 실망하고, 불안해하고 우울해 하던 중 떠났던 신혼여행. 여행가서도 참 많이 다투었다.
사람은 항상 더 나아지길, 행복해지길 기대하며 산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내 모든 선택들이 하나도 맞지않고 다 틀렸다면? 지금 나는 잘 하고 있는 걸까? 불행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우는 것 같았다. 내 인생이 잘 못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
몸도 마음도 너무나 지쳐버렸다.
여행의 끝자락에, 버스 안에서 죽을 것 같았다. 수십만, 수백만개의 바늘이 동시에 내쪽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것 같았다. 숨이 잘 안쉬어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배도 아프고 가슴도 아팠다. 어떻게 해야할지 알수가 없었고, 남편에게 죽을 것 같다고 말하곤 버스 앞쪽으로 가서 지금 당장 내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가이드가 자기 옆자리를 내어주곤 이제 곧 도착할 거라고 말해주었다. 뻥 뚫린 앞 유리로 밖을보니 조금 괜찮아졌고, 참다보니 내릴때가 되었다. 그렇게 한고비를 넘겼다.
비행기에서도 어떻게 한국까지 돌아왔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왔다.
그리고 그 뒤부터 공황장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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