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었던 공황장애
공황장애가 있다고 하면, 걸려보지 않은사람은 대체 이게 뭔지 잘 모른다.
난 아프고 힘들어도 티를 잘 안내는 성격이었는데, 일이 바쁘던 남편은 겉보기엔 괜찮아 보이니 공황장애에 대해 관심도 없었고 그것을 극복하는데에 특별한 도움도 주지 않았다. 같이 어디를 가게 되거나 내가 어딘가를 못갈 때, 상황에 따라 맞춰주기는 했던 것 같다. 일일히 설명하기도 힘들도, 설명을 해줘도 이해를 못한다.
나도 예전에 엄마가 겪었던걸 옆에서 본적이 있을 땐 잘 몰랐다.
함께 다니다 보면 갑자기 엄마가 숨을 쉬기 힘들어했고, 내 손을 부서져라 꽉 잡았다. 불안해 보였다.
옆에서 보는 내가 다 힘들 정도로. 나보다 더 심하게 겪으셨던 것 같다. 보고있으면 마음이 아팠고, 어떨땐 별일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데 왜 저렇게 힘들어 할까? 하고 답답했던 적도 많았다.
내 초기 증상은 이랬다.
1.하루종일 끊임없이 불안하다.
불안의 정도가 매우 높고, 쉽게 극심한 불안에 빠진다. 처음 공황을 극심하게 겪고 난 뒤, 생각의 강줄기가 공황과 관련된 것으로 흐르기 시작했고 작고 사소한 계기에도 극도의 불안에 빠진다.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고 배가아프거나 어지럽거나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쉽게 공황상태에 다다르니 언제든 이럴 수 있다는 공포감에 하루종일 시달린다.
2.특정한 장소에 가지 못한다.
빨리 응급상황에 대처하거나 빠져나올 수 없는 곳에 갈수가 없다.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불안과 긴장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다. 너무 많은 사람이 북적이는 곳(강남역 지하상가같은), 빨리 빠져나올 수 없는 곳(건물의 고층, 복잡한 구조의 건물, 건물의 지하층), 너무 외진 곳. 밀폐된 장소(극장, 식당이나 건물의 아주 좁은 화장실)등등.
3.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힘들다.
대중교통은 목적지에 도착할 때 까지 내릴수가 없다. 지하철 역 사이사이 구간이 1분, 2분이어도 그것조차 타기 힘들었다. 그 사이에 갇혀있다는 느낌, 사람도 꽤나 북적임. 극도의 긴장과 불안, 공포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뛰고 식은땀 등등. 그러다 가끔 5분가량 가야하는 긴 구간이 나오면 그 전 역에서 내려버리곤 했다.
그나마 버스는 나았다. 밖을 보고 가니까. 죽을 것 같으면 창문이라도 열 수 있었고 멈추면 바로 밖으로 내릴 수 있으니까.
고속버스는 못탔다. 구간이 너무 길다. 마찬가지 이유로 기차도 타기 힘들었다.
비행기? 비행기는 공황장애 걸린 후에는 가족여행때 정말 질질 끌려가다시피 제주도행 비행기 타본게 전부였는데, 공항가는 지하철에서 긴 구간 나왔을때 내릴까말까 엄청나게 고민하다가 남편이 붙잡아서 시체처럼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대기구역에서 혼자 얼굴 무릎에 박고 쪼그리고 앉아서 못탈거같다고 울다가 또 끌려가서 타고 갔다.
막상 타고, 이륙하고나니까 자포자기가 되어서 어찌저찌 갔다. 오는길은 그것보다 나았다.
4.위와같은 이유 등으로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해진다.
남들 다 하는거, 나도 다 했던것들. 갑자기 못하게 되고 매순간순간이 힘드니까 정신적으로 힘들 수 밖에 없다. 집에만 있게 되고 집에 있다고 해서 불안하지는 않기 때문에 항상 괴롭다. 집에서 누워 있는 순간에도 이러다 또 공황이 와서 정신이라도 잃으면 어떡하지, 죽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어떻게 극복하려고 했나.
나는 엄마가 어떻게 이겨냈는지, 그때 괜찮아진 엄마모습을 보며 힘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렇게 운동을 시작하고, 공황장애와 관련된 책을 읽고, 생각의 흐름을 바꾸기위해 노력하고, 직접 부딪혀보며 점점 극복해 나갔다. 지금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을 하는데에는 문제가 없고, 불안감이 올라올때면 흘려보낼 수 있게 됐다.
공황장애 초기에 병원에 가게되면 주로 약물치료로 항불안제, 항 우울제 등을 처방받아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하고 신체화등의 증상을 안정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한다. 그 뒤에 증상이 가라앉으면 인지적으로 생긴 왜곡에 대해 접근하고 행동치료를 병행하게 된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빨리 병원에 갔다면 덜 고생하고 빠르게 회복해나가는데에 도움이 됐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아있다. 증상이 심해서 혼자 이겨내기가 힘들다면 병원부터 가보는게 좋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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