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을 겪고 처음 탔던 비행기는 제주도행.
이번에도 제주도에 다녀왔다. 아직도 장거리는 선뜻 마음이 안나는 것 같다.
처음 제주도 때 보다 훨씬 평온한 마음으로 타고 갈 수 있었다.가기 일주일 전 부터 꽤나 걱정이 되었지만, 한번 다녀온 경험이 있었기에그래도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비행기라는 공간이...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들 에게는 정말 힘든 공간이다.
내가 돈이 많아 넓은 좌석에 앉아가는 것이 아니면 상당히 좁은 좌석에서, 비행기가 출발하고나서 내릴 때 까지 비행기 안에만 있어야 한다.
출발전 도착 후 앉아있는 시간도 꽤나 길다.
사람들도 많다.
지하철이든 버스든 한정거장 가고 힘들면 마음대로 내릴 수 있는데,
그게 안된다는 것이다.
기차의 경우 훨씬 넓고 쾌적하다. 길어야 한시간내로 정류장에서 멈춘다.
장거리 비행의 경우 열 몇시간씩 타고 가야 하는데, 상상만으로도 답답하고 두려워진다.
공황장애 이후 첫 비행기는 타는 것 자체가 죽을 것 같이 힘들었다.비행기 탑승구 옆에서 쭈그리고 앉아 무릎사이에 얼굴을 파뭍고 나는 못갈 것 같다고, 나는 도저히 못탈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더이상 지체할 수 없을 때 까지 쭈그려 있다가,
질질 끌려가다시피 해서 앉은 비행기에서 처음 느낀 느낌은 '시원하다'였다.
에어컨이 쎄게 틀어져있어서 얼굴에 바람이 느껴질 정도다.
복도쪽 좌석에 앉으니 그렇게 좁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가장 늦게 타서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비행기 복도의 답답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고, 출발까지 앉아있는 시간도 짧아서 괜찮았다.
목캔디를 챙겨왔다. 목과 코가 시원해서 훨씬 나았다.
핸드폰에 담아두었던 노래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불안이, 걱정이 자꾸만 마음속으로 밀고들어올 때 마다, 그만 생각하자. 라고 되뇌이며 음악에 집중했다.
머리를 비우고 아무 생각도 하지않으려 했다.
공황이 와도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을거라고 믿었다.
길어야 20분간 힘들 뿐이다. 하고 되뇌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내릴 때가 되었고, 이제 내린다는 안도감에 작게나마 있던 불안도 없어졌다. 내가 비행기를 탔구나. 성공 했구나.
오는 비행기도 하루이틀 전부터 괜히 배도 아프고 속도 메스껍고 그랬는데 정작 타고나서는 머릿속을 비우고 편하게 왔다.
이번 비행기도 비슷했다.
몇년이 지난 후 였으니까 나도 훨씬 괜찮아져 있었다.
일상적으로 불안이 올라오는것도 상당히 드문 일이었고 설령 불안해져도 그 정도가 약하고,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정도였다.
꾸준히 생각속에서 왜곡된 인과관계를 바로잡았다.
내 불안과 두려움을 한발 떨어져서 보려고 노력했다.
정 안되면 '어차피 안죽는다'고 생각했고
그래도 힘들면 이렇게 매사 두려울바에 죽는게 뭐가 무섭나...
'죽기밖에 더하겠나' 하고 생각했다.
때론 그저 담대한 마음으로 맞서보는것도 나쁘진 않았다. 다음에는 조금 더 먼 거리의 비행을 무사히 마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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