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를 겪으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호흡이 답답하고 심장이 빨리 뛰는 증상이었다.
그저 불안하기만 하면, 심장만 빨리 뛰는 거면 그나마 나았을 텐데.
심장은 빠르게 뛰는데 숨까지 잘 쉬어지지 않는 것 같으니 그야말로 죽을 것만 같았다.
몇 달간 불안감과 고통 속에서 지내다가 생각했다. 이러다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
운동을 시작했다.
혼자서 해낼 자신이 없어서 PT를 시작했다.
어디가 시설이 좋고 트레이너가 잘하고 이런 건 알아보지도 않고 그냥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으로 골랐다.
빠르게 걷기 20분, PT 30분, 빠르게 걷기3 0분 정도 되는 수업을 주 2회씩 받았다.
운동은 힘들었다.
첫날은 나도, 트레이너도 내 체력을 모르니 더 힘들었다. 두 번째로 가서 운동을 하다 화장실로 뛰어가 토까지 하고 비틀비틀 집에 갔다.
운동 한 다음날이면 운동했던 부위가 후들거리고 아파서 잘 쓰지도 못했다. 그래도 되도록 빠지지 않고 가려고 했다.
운동을 하면 숨이 차고, 심장이 빨리 뛴다. 갈 때 마다 그랬다. 트레이너들은 응급상황 대처 정도는 기본으로 다 숙지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두려움은 적었다. 혼자 겪어내지 않아도 돼서 견딜 수 있었다.
그렇게 정말 조금씩, 조금씩 내 몸의 그런 상태에 익숙해져갔다.
심장이 뛰고, 호흡이 가빠져도 더 이상 예전처럼 갑작스러운 불안감, 공포감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공황장애가 생긴지 얼마 안 되고 나서 가파른 계단을 올라간 뒤에 공황이 올 것 같았던 기억이 난다.
요동치는 심장과 빠른 호흡. 죽을 듯한 불안감과 공포감. 계단이고 뭐고 그냥 내 몸이 또 공황상태와 비슷해지니 무조건 패닉에 빠지는 것이다.
운동을 시작하고부터는 한 번 더 이성적으로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왜 이런 상태가 되었나.
아, 내가 지금 힘들게 계단을 올라왔구나.
그래서 그런 거구나. 곧 괜찮아질 거야.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저게 뭐가 대수라고 코웃음을 칠 것이다.
하지만 공황장애를 겪는다는 것은, 이미 겪었던 공황이 트라우마처럼 작동하는 것이라 비슷한 상황의 ㅅ 자만 느껴져도 극도로 불안해진다. 이성적인 사고가 안된다. 생각의 흐름이 일반적이지 않고 모두 공황장애와 관련된 것으로 흐르는 것이다.
운동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공황장애를 호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었다.
공황장애 신체화 증상에 대한 무뎌짐과, 건강, 자신감까지 얻을 수 있다.
요즘은 공황장애가 없다시피 살고 있어서 게을러졌는데, 개인적으로 힘든 일들이 겹치니 무기력해지고 가라앉는 느낌이 난다.
어떤 심리적인 병이든 내가 나약해졌을 때 찾아오는 것 같다. 다시 운동을 시작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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