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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황장애

공황장애 극복기07_감각, 극복을 위한 정리

by 무화_ 2023.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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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의 글| 공황장애 극복기06: 감각, 극복을 위한 정리]
공황장애 극복을 위해 해야할 것들을 정리해둔 글

 
 
요 몇일 전 정말 오랜만에 어떤 느낌을 받았다. 
마치 공황장애를 갖기 전 처럼 안정감있는,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세상이 차분하고 안전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공황장애 극복의 첫번째 목표는 그것을 없애기보다는 공포와 불안을 잘 극복할 수 있는 대처능력을 갖는 것이다.  상황을 극복할 힘이 생기면 더이상 공황이 오는것을 두려워하거나 미리 걱정하지 않게 된다.최종 목표는 틀어진 생각의 길을 바꾸는 것이 목표다. 충격을 받아 길이 바뀐 강물을 다시 원래 길로 조금씩 옮겨주는 것.
 
어떤식으로 이 공황을 극복해야 하는지 그림이 잘 잡히지 않았는데, 요즘에서야 윤곽이 잡히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을 유지하고 꾸준히 단련하는게 중요한 것 같다. 첫번째 목표를 위해 해야할 것들을 아래에 쭉 정리 해 보았다.
 

공황장애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
관련된 상황이 닥쳤을 때 그것을 극복해내는 연습을 하는 것.

 

 연습할 때 도움이 되는 첫번째 것은 최악의 상황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실신, 죽음과 같은 것들에 대한 나의 생각을 천천히 정리하는 것. 

두번째는 인과를 정확히 생각하는 것이었다. 원인과 결과를 다시 정리하는 것. 내가 숨이 차거나 심장이 빨리 뛸 때 왠지모르게 불안하고 공황발작이 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키워가는 것이 아니라 숨이 차는 이유를 돌이켜보고 그것이 공황과 관계없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원인이 공황이 아니기에 당연히 결과도 공황이 아닌 것이다.


세번째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었다. 긍정이라는 말은 매체에서, 책에서, 주변에서 너무 많이들어서 오히려 반감이 생기는 말이지만 중요하다. 공황장애가 생기고나서 생각이 대부분 부정적으로 바뀌었었기 때문이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도 불안이 작동하기 시작하고, 그런식의 생활이 지속되면 긍정적인 생각을 할 틈이 없다.

 
이것을 의도적으로 바꾸는 연습이 필요하다. 난 이 부분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차를 탔는데 차가 심하게 막혔을때 '아, 큰일이다 이러다 갑자기 공황이 오면 어떡하지? 갑자기 차 안이 답답하게 느껴지고 숨이 안쉬어지면? 배가 아프면? 그럼 구급차는 언제쯤 올수있지?'이렇게 끊임없이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것을 바꾸려 노력하는 것이다. '아 그래도 차가 천천히 가니까 아주 답답하면 내려서 도움을 청하기는 더 쉽겠다' '요즘은 구급차가 오면 길을 잘 비켜주니 어떻게든 살 수는 있을 것이다.' ' 정 심각하면 내려서 택시를 타고 가도돼' 만약 고속도로라면 '좀 더가면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있으니 언제는 빠져나가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을 바꿔나가는 것이다.
 

모든게 다 잘 될거라는 믿음. 잘 해낼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 포기하지 않는 근성. 억지로 수많은 생각들을 마음에 새기고, 머리에 새긴다. 끊임없이 새겨놓고 필요할때 떠오르는 대로 꺼내 쓴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
스스로를 돌보는 것.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미 공황때문에 살도 어마어마하게 빠져버렸고, 그 전부터 이어져오던 불규칙적인 생활 때문에 건강도 좋지 못했다. 건강이 좋지 않으면 아무래도 여기저기 아픈곳이 생기기 마련이다. 공황을 겪으면 사소한 병도 크게 다가오기 때문에 불안을 줄이기 위해선 건강해져야 한다.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컨디션이 저조해지는 것을 최소화 시킬 수 있고 생활에 안정감을 갖을 수 있다. 운동도 꾸준히 하는게 좋았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숨이차고 귀가 먹먹해지는 느낌에 익숙해지기 때문이었다. 메스꺼움, 어지러움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같이 해준다면 더 좋다. 그런 느낌에 익숙해지면 평소에 그런것들을 느끼게 되더라도 더 차분히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까지 덤으로 좋아지니 꼭 하는게 좋다.
 
공황장애를 다룬 책에서 마음에 와닿는 구절을 읽었다. 예민하고 사소한 것에도 걱정이 많은 타입, 유전적으로 약한 타입의 사람들이 자신의 한계치에 다다르면 펑 하고 터져버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저 말이 완벽히 맞는것도 아니고 다른 다양한 원인들도 많지만 난 저 문장과 너무 닮아있었다. 겁도많고, 사소한것에 걱정을 많이하고, 예민하다. 사람들에게 외향적으로 지저분하거나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걸 싫어하는 강박증적인 모습도 있다. 공황이 왔던 그 즈음, 나는 너무나 많은걸 잃었고 지쳐 있었다. 분에 넘치게 많은일을 처리해야 했고 해내야만 했다. 또 많은걸 얻었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어야 했다. 여행중이라 몸도 너무나 지쳐있었고, 음식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한지 오래 지났었다. 같이 여행하던 사람과 심하게 다퉜고, 화를 내고 난 후면 항상 기가빠진듯 공허하고 몸 여기저기가 아팠다.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휴일까지 겹쳐 화장실 하나 찾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그런 나를 자세히 살펴볼 시간은 없었다.
 
 나를 버려두고 방치해둔 채로 그냥 살아지는대로 살았다. 그러다 갑자기 터져버린 것이다. 
 
그러고 나니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집중해야만 했다. 지금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내 몸에 대해서 신경 쓸수밖에 없었다. 어디부터 잘못된 것인지, 난 괜찮은 것인지. 그리고 나서 하나 둘씩 깨달았다. 내가 저런 상태였던 것을. 내가 화낼일에도 화내지 않고 너무 꾹꾹 참는다는 것을. 너무 깔끔한 모습만을 보여주려 한다는 것을. 나에게 너무나 엄격하고 남에게는 너무나 관대하다는 것을. 그림을 그만 두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을. 난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맞춰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내려놓을것이 많다는 것을 말이다.

나에게 계속 해주고 싶은말이 있다. 다른사람을 실망시키는 것을 두려워 해서는 안된다. 다른사람에게 흉한 모습을 보이는걸 두려워해서도 안된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이 떠나가지 않는다. 떠나가면 그것은 인연이 거기까지인 것이다. 상처받는걸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어떻게든 살아지는 거니까. 너무 겁내지 말자.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말자. 나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하지 말자. 자신에게 실망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말자. 좀 더 편하게 살자.


저번에 자기를 사랑하는 법에 대한 글을 썼었다. 2015년의 나도 나를 사랑하지 못해 힘들었었는데, 지금의 나와 다른점은 이 딱 하나 있다면, 그때보다 훨씬 다른사람의 시선을 덜 신경쓰게 됐다는 것이다. 그 이상을 더 해내기에는, 나에게서 태어난 작은 생명을 돌보느라 많이 힘들고 시간도 부족했던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조금씩 변화하고, 나아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 보다 한참은 느려터졌지만.
그래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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