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를 처음 겪고난지 8년 조금 안되었는데, 처음 3년가랑 아주 힘들었고, 점점 괜찮아지다가 아이도 낳고 큰 발작 없이 지냈다. 벌써 아이가 만4살이다.
다만 아직도 힘든게 있었는데, 고속버스와 비행기다. 비행기는 여러번 타봤는데 고속버스는 탈 일이없어 공황장애가 생긴이후로 타본적이 없다.
한달 전 여름방학을 맞이해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다녀왔다. 저번 여행은 나와 동생이 같이 간 여행이었는데, 이번에는 온가족이 함께 단체여행을 갔다.
예전처럼 한 달 전부터 걱정되지는 않았고, 그저 약간 신경쓰이는 정도였는데 가기 전날이 되니 꽤 긴장이 되었다.
비행기를 자주 탔으면 진작 극복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비행기의 좁고 폐쇠된 공간, 마음대로 뛰쳐나갈수도 없다는 제약이 때문에 편히 생각하기가 힘들었다.
예전에 17시간씩 타고 여기저기 여행은 어찌다녔나 모르겠다. 그저 비행기 탈일이 생기면, 긴 시간동안 뭐할지 고민하고, 영화나 드라마, 책을 준비하고, 편한 옷 찾아입고 그게 전부였는데.
특히 여름이라 푹푹찌는 날씨에 비행기 안도 더울것 같다는 불안감, 승객들이 비행기에 몇시간가량 에어컨없이 갇혀있다가 실신했다는 뉴스를 보며 전날 떨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날이 밝았다.
일단, 아이와 같이 타기때문에 최대한 의연해 보여야 했다. 아이에게는 첫 비행기였기에 엄마가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긴장된것 같다…
단체여행이라 아침부터 다같이 정신없이 준비해서 공항에 도착. 배도아픈것 같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탈때도 최대한 마지막에 탔다. 좌석은 좋은자리를 못 골라 뒷쪽이었다. 양옆에 사람이 빼곡한 긴 복도를 따라 들어가는데, 에어컨이 틀어져있지만 덥다.
속은 계속 울렁거리는채로 짐을 싣고 자리에 앉고 벨트를 잠근다.
두가지 생각만 했다.
공황이 와도 20분정도면 괜찮아질테니,
오면 그냥 받아들이자. 좀 추해도 괜찮다.
아이의 소중한 순간이니 아이에게 집중하자.
그외에 다른 생각들은 떠올리지않으려 노력했다.
저번 비행은 그냥 아무생각도 하지않고 머리를 비우며 가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오면 오는데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먹고나니 푹푹찌는 답답한 비행기 안에서도 조금씩 마음을 가라앉힐수 있었다.
거기에 목캔디처럼 목이 시원해지는 사탕을 사서 먹으면서 가니 훨씬 견딜만했다.
워낙 짧은 비행이라 마음이 가라앉을때쯤 비행기가 도착했다. 그날 저녁은 배탈이나서 혼자 맛있는것고 못먹고 앉아만 있었다. 힘들었나보다.
돌아오는 비행은 훨씬 수월했는데, 타기전까지 긴장했지만 타고나서는 그냥 괜찮았다. 돌아올땐 항상 그랬다.
앞으로 아이와 가끔 해외여행을 다니게 될 텐데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나때문에 못가게되는건 아닌것 같아서 체력을 더 길러서 도전해봐야겠다.
여름방학 한달간 다섯살아이와 하루종일 내내붙어있다보니 이제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한계가 온 듯 하다.
순환도로에서 꽉막힌채로 차가 갈생각을 안하면 불안이 올라오고, 그냥 집에서 아이와 놀다가 아이가 질문을 끊임없이 하고 소리지르거나 이유없이 화내는걸 몇십분가량 하면 문득 불안이 올라온다.
내 시간 내 공간이 없이 하루를 다 아이와 보내고나면 어떨땐 나를 잃어버린것만 같다.
정말 지쳤나보다… 개학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공황장애는 스스로 건강한 상태여야 잘 이겨낼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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