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임신을 결심하는 저마다의 이유
결혼하기 전부터, 결혼하고나서 갈수록 궁금해지는 것이 있었다. 사람들은 왜 아이를 낳을까?
나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아이는 생기면 낳고 아니면 그냥 살아도 좋다는 마인드로 살고 있었다.
첫째로 직접 임신과 출산을 겪어야 하는 몸으로 그 과정을 겪어낼 자신이 없었다.
둘째로 세상살이가 너무 힘든지라 넉넉하게 해줄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면 아이를 고통속에 몰아넣는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셋째로 나와 남편이 아이를 낳아 기를만큼 충분히 성숙하지 못하고 자기자신도 버거워하며, 혼자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성격의 소유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들로 아이를 낳아보지도 않고, 낳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낳고나서는 내가 걱정했던 것들이 세발의 피였고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내 모든걸 반절 혹은 그 이상 쏟아부어야 하는 것이었다는걸 깨달았지만…
주변에서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으면 어찌 다들 그리 아기를 갖고 낳아기르는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궁금해서 물어보면 이유도 재각각이다.
어떤 의견이 맞고 틀리고도 없으며 그저 저마다의 이유일 뿐이다. 나는 이런 이유에대해 개인적인 판단은 하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가족을 이루고 싶어서.
-남들 다 하고, 이또한 인생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 생각해서.
-노후에 쓸쓸히 살아가거나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슬플 것 같아서.
-죽고나면 아무것도 없는게 아닌, 나의 일부분이 계속 남는다고 생각해서.
-아이를 너무 좋아해서.
등등… 하지만 나에게는 딱히 그 어떤것도 와닿지가 않았다. 뭔가 아이가 태어나서, 낳아주셔서 고맙다고 할만한 그런 이유는 없을까? 내가 무언가를 원해서 아이를 낳는게 내 성격에 맞지가 않았다. 태어날 아이에게 무언가 매리트가 있어야 하는거 아닐까 싶었다.
시부모님께서 얼마나 성화인지. 하나는 꼭 있어야 한다고. 덩달아 남편까지 하나는 있으면 좋겠다고. 3년을 넘게 시달렸다. 어느날 저녁 음악을 들으며 혼자 산책을 하는데, 그날도 아이를 왜 가져야하나 생각하며 걷고 있었다. 가을이었다. 가을 바람, 가로등 불빛, 상점에 켜진 불빛과 사람들.
풍경을 보며 혼자 걷고 있다보니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행복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어떤 풍경과 냄새, 빛이 조화를 이루며 그림처럼 아름다울 때. 그 완벽한 찰나의 순간들. 태어날 아이에게 그런 순간들을 겪게해주고 싶었다. 찰나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런 순간들은 태어나지 않으면 겪어보지 못하니까.
그런 단순하고, 남들이 보면 이상하리만큼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나는 아이를 낳아도 될 것 같다고 결심했다.
모두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주변 가까운 가족의 쓸쓸한 노후를 보며 결심했을 수도 있고, 세상에 태어났으니 아이도 낳아 길러보고 싶을 수도 있다. 아이가 없는 가족이 불안하게 느껴질수도 있을 것이고.
생각에 생각을 하다보면 나름의 이유가 생기는 듯 하다. 누군가는 이런 생각들을 끝으로 낳지 않기로 결심했을 수도 있다. 나름대로 결심을 한 뒤에는 더이상 이유가 궁금하지 않아졌다. 다들 각자의 이유로 아이를 갖고 살아가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누군가 이야기를 꺼내면 기꺼이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결심으로 아이를 갖고 기른지 벌써 4년이
되어간다. 후회할때도 많았지만 참 사랑스럽긴 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희미해져, 사진들로 단편적으로 남은 기억들. 이제 그냥 잊어버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계속 글로 차곡차곡 남겨두려 한다.
'육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육아06_임신 후기 증상 및 주의사항 (0) | 2022.12.08 |
---|---|
육아05_임신 중기 증상 및 주의사항 (1) | 2022.11.18 |
육아04_임신 초기 증상 및 주의사항 (0) | 2022.11.15 |
육아03_임신과 입덧 (0) | 2022.10.18 |
육아02_임신에 대하여 (0) | 2022.09.19 |
댓글